노총각 자작극 부모님 걱정 덜어주려고 남친 있다 말할 뻔

요즘 같은 시기에 주변 사람들의 결혼 이야기나 연애 소식을 듣지 않고서는 하루를 견디기 힘든 것 같아요. 특히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연애를 하고 결혼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노총각으로서의 자가 격리 상태가 더욱 심해졌어요. 최근에는 부모님께서도 제 결혼에 대한 걱정이 깊어지신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방법으로 ‘남자친구가 있다’고 자작극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가족 모임이 있었어요.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결혼이나 연애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갔고, 그런 대화가 이어지면서 제 마음 속에 불안감이 확 몰려오는 경험을 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저에게 “넌 언제 결혼할 거니? 좋은 사람 없다면 아쉬운 법이니 좀 찾아보렴”하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아버지도 “요즘 좋은 사람 만나기가 힘든 시대기 때문에 좋은 인연을 놓치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실, 아버지에게서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기분이 여러 가지로 복잡해졌습니다.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과 ‘부모님 걱정을 덜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교차했어요. 그리고 생각하게 된 게 부모님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자작극을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마치 작은 선물처럼 부모님에게 안심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제가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와 슬쩍 이야기를 해보았어요. “이번에 부모님과의 저녁 식사에서 내가 남자친구가 있다고 해도 될까?”라고 물어보니, 그 친구는 깜짝 놀라
 면서도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물론 이 계획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나는 저녁 식사 당일 정말로 몇 가지 세세한 디테일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제가 남자친구로 설정한 사람의 이름과 직업, 그리고 취미까지 짜놓았어요. 사실, 몇 가지만 생각해두면 수다쟁이의 도움으로 쉽게 이야기를 풀 수 있겠더라구요. 이렇게 구상하니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저녁 식사 날이 왔습니다. 가족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제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엄마 아빠, 사실 최근에 좋은 사람이 생겼어요. ‘이름과 직업’을 가진 사람인데, 서로 잘 맞아서 자주 만나고 있어요.” 그러자 엄마의 눈이 반짝이며 “정말? 어떤 사람이니?”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아빠도 흥미롭게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셨고, 그렇게 처음에는
 작게 시작한 자가 자작극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모님은 금세 곧장 궁금한 점을 쏟아내기 시작하셨고, 저는 나름 정성이 담긴 이야기를 꾸며갔습니다. 거기에는 그 친구의 ‘훈훈한 외모’, ‘듬직한 성격’, 그리고 ‘가족 사랑이 깊은 사람’이라는 요소를 넣었습니다. 대화가 이어지면서 부모님은 점점 더 관심이 많아지셨고, 질질 물어보시는 모습이 경이롭기도 하면서 속으로는 ‘과연 이게 맞는 길인가?’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사실 나중에 그 이야기를 친구와 나누며 웃음 짓기도 했고, 인터넷에서 ‘자작극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괜히 이럴 필요는 없었던 건 아닐까 하는 회의감도 있었네요. 그리곤 노총각에 대한 고민과 지금 하고 있는 자작극의 괴리감이 더 커져만 갔습니다.


결국 이 특별한 계획은 그날 저녁 식사로 끝났지만, 소소한 어떤 교훈을 얻은 것 같습니다. 활동적인 연애, 결혼이니 뭐니 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시기지만, 결국 제 인생은 제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어요.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었던 순간이었지만, 때론 진정한 나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과 결혼을 기다릴 수 있는 준비가 되어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부모님께 전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찾는 노력을 하면서도,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박감에서 벗어나 저를 더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던, 그런 하루로 남을 것 같습니다.